
최근 산림 전문 매체 ‘우드 센트럴(Wood Central)’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약 16만 5천 헥타르(ha)의 숲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이는 1,650제곱킬로미터(㎢)로, 서울시 전체 면적의 약 2.7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이다. 우크라이나 국영 산림 기업은 전쟁 발발 후 산불로 인한 피해액이 1조 흐리브냐(UAH)를 넘어섰으며, 환경 손실의 대부분이 이러한 산림 파괴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특히 환경 조사관들의 추산에 따르면, 2026년 5월 15일부터 22일까지 단 일주일 사이에만 367억 흐리브냐의 산림 피해가 추가로 발생했고, 이 중 363억 흐리브냐(우리 돈 약 1조 2,200억 원) 이상이 산불과 기타 조림지 소실에 기인한 것이다. 4년이 넘는 분쟁 기간 동안 최전선과 국경 지역에 집중된 포격은, 평시의 그 어떤 재난보다도 빠르고 맹렬한 속도로 숲을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이 엄청난 피해 면적과 천문학적인 손실액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2020년 캘리포니아를 덮쳤던 기록적인 대형 산불이 떠오른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8,300여 건, 피해 면적은 무려 400만 에이커(약 161만 8,000헥타르)에 달했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8년의 피해 면적(180만 에이커)을 두 배 이상 뛰어넘은 역대 최대 규모이다.
산림 파괴가 치명적인 이유는 단순한 자원의 손실을 넘어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생장 과정에서 공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내부에 단단히 보관한다. 그러나 숲이 불길에 휩싸이면 나무속에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산소와 결합하여 다시 이산화탄소 형태로 대기 중에 배출된다. 훌륭한 탄소 저장고가 순식간에 거대한 탄소 배출원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 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9까지 캘리포니아주 산불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연간 1,500만 톤에서 2,200만 톤 수준이었으나, 최악의 산불이 났던 2020년에는 무려 1억 2,700만 톤으로 폭증했다. 이는 캘리포니아주가 신재생 에너지 보급 등 17년 동안 뼈를 깎는 노력으로 줄여온 누적 탄소 배출량(6,500만 톤)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단 한 해의 산불이 17년간의 탄소 저감 노력을 사실상 백지화해 버린 셈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갈수록 덥고 건조해지는 날씨는 매년 산불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 2020년 캘리포니아를 덮친 ‘어거스트 복합 화재(August Complex)’는 단일 화재만으로 약 40만 5천 헥타르를 집어삼키며 ‘기가파이어(Gigafire)’라는 신조어마저 만들어 냈다.
하지만 우리가 기후의 분노 못지않게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인간의 인위적 파괴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4년 동안 무기력하게 파괴된 산림 면적 16만 5천 헥타르는, 기가파이어라 불린 캘리포니아 단일 대형 산불(어거스트 복합 화재) 피해 면적의 40%에 해당한다. 놀라운 것은 전쟁의 본래 목적이 결코 산림 파괴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직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에 의해 ‘부수적으로’ 발생한 피해만으로도 서울시의 3배에 가까운 숲이 사라졌다. 이는 인위적인 훼손 행위가 자연재해 못지않게 숲 생태계에 치명적이고 거대한 양적 파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숲을 지키는 일은 거대한 화마와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 스스로의 폭력성과 이기심을 통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http://www.anc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