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서비스산업계에서 건축주가 설계비 일부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을 연기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건축시장 불공정 관행의 대표적인 유형인데, 건축주가 대가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건축사사무소는 경영악화와 협력업무를 수행하는 관계전문기술자(전기, 통신, 소방, 설비) 등의 대금 및 임금 체불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건축설계 품질 저하로 인한 사회적 문제로 귀결된다.
◆ 건축주의 대가 지급보증을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 마련 필요
때문에 업계에서는 설계자 또는 공사감리자가 건축주에게 계약이행을 보증한 때에는 건축주도 설계자나 공사감리자에게 관련 대가의 지급보증을 의무화해 건축서비스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해당 사안에 대해 국토교통부를 비롯 국회 등에 꾸준히 업계의 상황을 전달하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협회는 건축사 업무 이행보증에 따른 건축주의 대가 지급보증을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협회 관계자는 “지급보증 제도를 마련해 상호 동등한 계약 체결을 유도하고, 건축사사무소의 보호장치로 기능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건축서비스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제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건축주의 대가 지급을 보증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이 빌의 돼 주목을 받고 있다.
◆복기왕 국회의원, 지급 보증 내용 담은
‘건축법’ 개정안 대표발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복기왕 국회의원은 민간이 발주하는 설계·공사감리 업무를 수행하는 건축사가 표준계약서에 따라 계약이행을 보증하는 경우는 많지만, 건축주는 계약이행을 보증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불공정한 대가 미지급 관행으로 건축사가 업무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건축주의 설계자·공사감리자에 대한 대가 지급을 보증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실제 복기왕 의원의 지적대로 건축사들은 건축설계 업무 추진 과정에서 약 72%가 건축주로부터 대가를 지급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연구원이 ’21년 17일간 건축설계 대가 지급 관련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건축사 425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전체의 71.5%가 대가 미지급 사례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특히 계약 총액의 50% 이상을 지급받지 못한 사례도 7.6%, 총액의 10% 이하를 미수령한 이들은 전체의 43.4%에 달했다.
◆국내외 지급보증 사례 다수,
건축사 업무대가 보증에 대한 권리 인정
또한 건축서비스산업계는 발주방식·건축과정에 따라 참여자가 다양해짐에도 불구하고, 이가 대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설계중단·설계변경 등 계약 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변수에 대한 대처와 계약금액 지급 시기나 업무범위, 업무량에 따른 대가구분 역시 불명확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건설산업기본법에서와 같이 지급보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건설산업기본법’과 ‘소방시설공사업법’의 경우 건설공사·소방시설공사에서 민간 발주자는 수급인이 발주자에게 계약이행을 보증하는 때에는 발주자도 수급인에게 공사대금 지급보증 또는 담보를 의무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미국의 경우 표준계약서에 건축사 업무 지연 및 건축주의 대가지급 지연에 관한 보상 조항이 마련되어 있다. 건축사가 계약기간 내 업무 미 이행시 이행강제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건축주도 건축사가 요구한 보수지급 기간을 지체할 경우,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05년 ‘건축과 건설산업 지급보증법’을 제정해 완료된 건축설계 업무에 대해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스위스는 ‘건축사법’에 건축사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건축사 업무대가 보증에 대한 계약상 권리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놓고 있다.
한편, 복기왕 의원의 건축법 개정안에 대한 국토교통위원회 검토보고서에도 건축주에게 설계·공사감리에 관한 대가 지급을 보증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려는 것은 설계자·공사감리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지급보증제도 도입과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제도도입 취지는 동의하나 보증료에 대한 건축주 부담을 줄이기 위해 허가권자 감리 시 감리비 지급확인제처럼 설계비 지급확인제가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협회는 착공신고 시 설계비 지급확인제도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건축주의 지급이 어려운 경우 지급보증제를 병행 운영하는 것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회 역시 건축관계자 상호 간의 계약 이행에 대한 신뢰가 상실돼 분쟁과 소송 등 사회적 비용과 갈등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중점적으로 토론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 건축사는 “대가 지급 보증제도를 통해 민간 건축주의 불공정한 대가지급 관행이 근절되고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는 건축사사무소의 경영 안전성 제고, 나아가 건축서비스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비전이 되고, 건축물의 설계품질 확보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http://www.ancnews.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