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지역의 빈집이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빈집 문제는 도시와 지역 차원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2017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빈집정비법)이 제정됐다. 도시지역의 빈집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빈집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빈집정비법에 따라 시장・군수 등은 5년마다 빈집정비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제도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률은 빈집 관리의 기본 방침과 이를 주도하는 주체가 부재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빈집 정리 및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입법·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관점에서 빈집 정비·활용·철거에 관한 관리 기준을 보완하고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빈집정비법을 마련해 빈집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지자체도 조례를 통해 빈집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도시 및 지역 차원에서 빈집 관리의 목적과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 ▲도시 및 지역차원의 법정계획 부재 ▲빈집 소유자의 관리 책임 규정 부재 등의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빈집 관리를 위한 지자체의 예산과 인력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지자체가 사업을 시행할 때 관리 대상이 되는 빈집의 추출 기준이 모호하고, 빈집의 철거 이후 활용 방안 등을 제시할 수 있는 세부적인 가이드라인도 부재하다.
이에 보고서는 빈집정비법에 따라 시장・군수 등이 수립하는 빈집 정비계획보다 도시와 지역 차원의 ‘상위계획’의 필요성을 말한다. 현행 빈집정비계획은 빈집정비계획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세부적인 실행계획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빈집 정책에 대한 원칙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도시와 지역의 특성 및 인구・사회・환경적 측면의 정책을 포괄하며, 유사한 계획 및 사업과의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빈집정비계획의 상위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빈집을 관리하는 책임의 주체를 법률에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현행 법률에서는 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가 빈집 소유자에게 철거명령을 하거나 직권으로 빈집을 철거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이 빈집 여부 및 소유자 확인, 철거 및 활용, 행정절차 등의 단계를 거치고, 비용을 들여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불어, 지역별로 빈집 발생 요인이 다르므로 규모와 노후・불량 상태 등에 따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차별화되고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지자체에 빈집 관련 인력 및 예산이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앞서 정확하고 체계적인 빈집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지역별 빈집 현황은 주택총조사, 빈집 실태조사, 빈집 행정조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 간에 결과 차이가 크고, 정확도도 분명하지 않아 빈집 정책에 유효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2024년 11월과 12월을 기준으로 조사한 주택총조사와 빈집 행정조사에 따른 빈집은 각각 160만 호와 13만 호이다. 주택총조사에는 미분양・미입주 주택 등을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조사결과의 차이는 현저하다. 지역별 빈집 실태조사는 빈집정비법이 시행된 2018년부터 5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지자체별 1차 실태조사의 시기가 다르고, 2023년 이후에는 2차 실태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가 혼재돼 있다.
무엇보다 빈집이 왜 발생하는지, 얼마나 방치되고 있는지, 정비 및 활용을 결정할 수 있는 물리적인 상태 등을 정확하게 파악이 필요하다. 빈집 등급에 따라 향후의 활용 방안이 결정되므로 정밀하고 전문적인 판정을 위해 건축・시공・구조 기술사 등 전문가가 직접 판단하거나 조사자와 대동해 자문 및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더불어, 활용 및 철거 대상 빈집의 명확한 구분을 위해 빈집 등급 판정의 평가 항목의 마련이 더해져야 한다. 등급을 판정할 때 안전상 위험성, 철거의 시급성, 지역적 요구 등과 철거명령을 통한 규제의 필요성 및 합리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빈집의 물리적 특성을 상세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모호한 항목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2000년대부터 빈집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일본과 영국은 빈집 관리의 목표를 설정해 빈집 관련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로 빈집이 급격히 증가하자, 빈집으로 인해 발생하는 근린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방안을 먼저 마련했다. 철거가 시급한 빈집을 특정 빈집으로 분류하고, 특정 빈집의 철거와 행정대집행에 대해 공공 개입의 타당성을 확보함으로써 정책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반면, 영국은 주택 수요에 비해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빈집을 재활용해 저렴한 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과 영국 모두 빈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분담하는 게 특징이다. 중앙정부는 빈집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빈집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을 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정부는 빈집 관리의 실행 주체로서 빈집 실태조사 및 빈집 정비, 행정명령, 빈집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한다.
연구진은 “빈집정비법에 따른 빈집 정책은 실효성 있게 기능하고, 제도적으로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빈집 정책 및 체계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빈집이 도시와 지역의 잠재력 있는 유휴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으므로 빈집 정책과 제도적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출처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http://www.anc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