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은 피할 수 없어도, 피해목 활용은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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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더드림 종합건축사사무소 조회수:485 175.230.70.94
- 2025-07-11 09:36:46
산불은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지만, 그 피해를 어떻게 줄이고 어떤 자원으로 바꿔내느냐는 전적으로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문제는 매번 반복되는 실수다. 불이 꺼진 뒤에도 수백만 입방미터에 달하는 피해목이 활용도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 봄, 경북과 경남을 휩쓴 초대형 산불은 단지 나무를 태운 사건이 아니었다. 무려 10만 헥타르가 넘는 산림이 불탔고, 인명과 재산,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국가자원의 소실이며, 자원의 순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산불 피해목은 단순히 탄 나무가 아니다. 제때에 벌채하고 선별하며, 마이크로파 재선충 사멸기술과 다양한 건조기술로 가공하면 충분히 구조재, 집성재, 합판의 원료로 재탄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대부분 방치되거나, 일부는 파쇄되어 바이오에너지로 소모되고 만다. 이 과정에서 국고는 낭비되고, 저장되었던 탄소는 다시 하늘로 흩어진다. 자원도, 기회도 잃어버리는 결과다.
실제 사례를 보자. 2022년 울진 산불 피해 당시, 제재목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목재는 전체의 20%도 되지 않았다. 수집-가공-건조-분류-저장으로 이어지는 인프라가 전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경북 산불의 경우, 자연소실분(약 30% 가정)을 제외한 피해목의 절반을 구조재·라미나로 활용했다면 1조 6천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으나, 만일 울진·삼척산불의 경우처럼 제재 비율이 20% 수준에 머무른다면, 그 손실만 4천억 원 이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산불피해목은 1년이 지나면 활용이 급격히 어려워진다. 부후, 충해, 청변, 할렬 등으로 품질이 급락하며, 구조재나 건축재로의 용도가 사라진다. 이는 목재 유통뿐 아니라 탄소 정책 측면에서도 치명적이다.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대표적 탄소 저장소(Carbon Stock)인데, 피해목을 자원화하지 않고 소각하거나 방치하면 그 저장 탄소는 모두 대기 중으로 재방출된다. 반면, 구조재로 가공된 목재는 수십 년간 탄소를 고정할 수 있다. 목재를 자원으로 보지 않는 정책은 탄소중립을 외치는 정부 방향성과도 충돌된다.
왜 우리는 반복해서 이 기회를 놓치는가? 이유는 분명하다. 산불 이후 자원화 인프라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무엇보다 산불 이전부터 자원화 체계를 갖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자원화는 산불이 나기 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제는 정부가 결단해야 할 시점이다. 산불 발생 후 1년 이내에 피해목을 집하하고, 건조·선별·가공까지 처리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사전에 구축해야 한다. 임시 집하장, 마이크로파 재선충 사멸기, 박피기, 선별 설비, 인근 제재소와 연계된 공동건조장, 비축창고 등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산불 이전에도 입지와 수종, 경급에 따라 사전 조정 가능한 임목을 선제적으로 분류하고 관리하는 산불 예방형 목재수확 체계가 요구된다.
정부가 이 체계를 지금 준비한다면, 우리는 다음 산불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산림정책이 아니라 국토를 관리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국산목재 산업을 성장시키는 총체적 시스템이다. 수입재에 의존하는 현재의 산업구조를 넘어, 국산목재를 고부가가치 건축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탄소중립, 산림보호, 지역경제활성화. 이 세가지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단 하나, 산불피해목을 건축자재로 전환하는 체계적 자원화다. 산불은 또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똑같이 대응하지 않아야 한다.
출처 : 한국목재신문(https://www.woodkorea.co.kr)